2013년 8월 21일 수요일

[월터의 어머니는 미치지 않았다] 안증회



월터의 어머니는 미치지 않았다

1928년 3월 10일, 미국 LA에 사는 아홉 살 소년 월터 콜린스가 실종됐다. 월터의 어머니 크리스틴 콜린스는 즉각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실종신고 후 아이들 대부분이 다음 날 돌아온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다음 날에도 월터가 돌아오지 않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5개월 후 실종됐던 월터를 찾아 크리스틴에게 인도한다. LA 경찰은 실종된 아이를 어머니 품에 안겨줌으로써 시민들의 환호와 찬사를 얻는다.

그런데 5개월 만에 아들을 만난 어머니 크리스틴은 아들이 왠지 낯설다. 아니, 아들 월터가 아니다. 하지만 경찰은 “아이들은 금세 모습이 변한다”며 “정신적인 충격 때문일 것”이라고 크리스틴을 다독인다.


경찰의 말에 크리스틴은 반신반의하며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아이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속속 발견된다. 평소 문설주에 월터의 키를 재보던 크리스틴은 아이의 키를 재본다. 그런데 키가 더 작다. 월터는 왼손잡이인데 아이는 오른손을 사용한다. 월터는 계란 알러지가 있는데 아이는 계란요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잘 먹는다.


크리스틴은 아이가 자신의 아들 월터가 아님을 확신한다.
그리고 월터가 다녔던 학교, 병원 등을 찾아 증거자료들을 수집하여 경찰이 데려온 아이가 월터가 아님을 증명해보인다. 그러자 경찰은 “정신이 이상해졌다”며 크리스틴을 ‘코드 12’라는 명분을 내세워 로스앤젤레스 주립정신병원에 감금해버린다. ‘코드 12’는 정신이상자라고 판단되는 사람을 경찰이 임의로 주립정신병원에 강제로 가두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해서 정신이 온전한 크리스틴은 졸지에 정신이상자가 되었다. 이후 크리스틴은 어느 목사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정신병원에서 간신히 나오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체인질링(Changeling)’을 통해 소개된 실종아동 월터 콜린스의 어머니 크리스틴 콜린스에 대한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아들 월터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192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와인빌 양계장 살인사건’의 희생양이 되었기 때문이다. LA 경찰이 가짜 월터를 만들어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LA 경찰은 비리와 부정을 일삼아 일찌감치 신뢰를 잃은 상태였고 시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었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마음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때마침 아동실종사건이 터졌다. 아이를 찾아 그 어머니의 품에 안겨주는 일은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아주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가짜 월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크리스틴이 기다린 건 자신의 진짜 아들 월터였다. 월터가 아니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터였다. 당연히 경찰이 데려온 아이는 월터가 아니기 때문에 아니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진실을 은폐하고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크리스틴을 정신이상자로 몰아갔다. 크리스틴이 정신병원에 갇혀 고통받았던 이유는 월터가 아닌 아이를 월터가 아니라고 우겼다는 것, 그 하나였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을 정신이상자로 몰아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왕왕 일어나는 일이다. 월터의 어머니 크리스틴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유는 하나님의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감금됐던 성도들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2000년과 2001년경, 하나님의교회 3명의 여 성도들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건 약 3개월이 지난 후였다. 그동안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와 이 교회와 유착된 남양주의 어느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었던 것이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 그 교회 목사와 정신병원 의사들이 법의 심판을 받았을 때, 세인들은 이들의 죄상에 치를 떨었다. 어느 기독교언론에서는 세 성도들이 입은 피해 상황을 이렇게 보도했다(크리스챤신문, 2008년 11월 1일자)


“피해자들은 교회 내 예배실과 옥탑방 등지에서 감금당한 채 모욕적인 말과 욕설로 인격모독까지 당하면서 강제개종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이 개종을 받아들이지 않자 폭행과 협박 등 강압적 수단까지 동원됐다.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이러한 교회 내 감금과 폭력 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진 목사의 충동을 받은 가족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들은 개종에 실패하자 감금을 용이하게 하고 지속적인 개종을 하기 위해 정신보건법 제24조의 맹점을 악용해 가족을 충동, 피해자들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진 목사와 신도들의 감금방조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돼 강제 투약을 받으며 통신과 면회, 산책까지 금지당하고 수시로 개종교육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이 사건은 크리스틴이 정신병원에 갇힌 상황보다 더 잔인하고 충격적이다. 목사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에서 나온 크리스틴의 상황과는 정반대로 이들은 목사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 LA 경찰이 크리스틴을 정신병원에 감금했던 건 그들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진실을 밝히려는 크리스틴이 그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였을 터였다. 하지만 진 목사는 무슨 목적으로 부녀자들을 세 명씩이나 정신병원에 감금했던 것일까. 무슨 이유로 한 가정을 산산조각 내고 유약한 여인들을 71일, 82일, 65일씩 폐쇄병동에 가두었던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진 목사의 강제개종 실태를 파헤친 한 언론사 기자는 ‘교세 확장’을 위한 꼼수라고 추정했다(시사IN, 2008년 12월 6일자 ‘사람 잡는 사이비 개종 전문가’).


2001년 상가건물 한 층과 옥탑방을 쓰던 ○○교회는 2008년 현재 단독건물을 가진 중형 교회로 확장했다. 피해자들은 교회가 성장하는 데 ‘개종사례비’가 한몫했다고 입을 모은다. 정○○ 씨는 “남편이 나를 진○○ 목사에게 데리고 갔을 때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흰 봉투를 내밀었다. 나중에 남편이 2000만원을 냈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기사에 따르면 진 목사에 의해 유린당한 사람은 2008년 취재 당시 수백 명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교회로 끌려가 목사에 의해 감금당한 채 강제 개종교육을 받아야 했으며, 자신의 신앙을 버려야만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진리를 진리가 아니라고 하면 나오고, 진리를 진리라고 하면 정신병원에 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세 성도들이 정신병원에 갇혀 고통받았던 이유는 바로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가 아니라고 우겼다는 것, 그 하나였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국가다. 헌법 제1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세계인권선언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인권을 옹호하고 있다. 제2조에는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으며,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규정하고, 제18조에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재차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런데 진 목사는 이 숭고한 권리들을 방종하고 있다. 그의 사상은 혼탁하고 양심은 없으며 종교는 수단으로 보일 뿐이다.


종교의 자유를 묵살하고 하나님의교회 성도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가한 그들...
 어쩜 이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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